[직장 내 성희롱] 성희롱 피해자의 ‘유급휴가’ 요청, 기업은 무조건 수용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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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 성희롱 피해자의 ‘유급휴가’ 요청, 기업은 무조건 수용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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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코레일 외부고충센터입니다.

오늘은 성희롱 피해자가 유급휴가를 요청하는 경우, 회사가 이를 반드시 수용해야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개요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14조 제4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경우 피해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무장소의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하지만 피해근로자가 유급휴가를 명시적으로 요청했을 때, 기업이 이를 거부하고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면 이는 법 위반일까요?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이에 대해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놓았습니다(서울행법 2023구합85741 판결).

 

(2) 판례 내 사실관계

근로자 B씨는 2022년 말, 직장 내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회사에 신고했습니다. 회사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쳐 가해자들에게 감봉 및 경고 등의 징계 처분을 내렸고, B씨에게 약 1.5개월의 전액 유급휴가와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근무장소 변경)를 시행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습니다. B씨는 정신과적 고통을 호소하며 추가적인 유급휴가를 신청했으나, 회사는 이미 분리 조치가 완료되었음을 이유로 급여의 50%만 지급되는 무급 상병휴직을 승인했습니다. 이에 B씨는 회사가 적절한 보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시정 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B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은 회사가 B씨의 요청대로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을 뒤집었습니다. 법원이 밝힌 주요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재량권의 존재: 남녀고용평등법이 규정하는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등은 적절한 조치의 예시일 뿐, 사업주는 보호조치를 선택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재량권을 가짐.

- 조치의 적절성 평가: 보호조치의 내용이나 기간은 업무상 필요성, 피해 내용, 피해자의 건강 상태 및 치료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수 있음.

- 종합적인 보호 이행: 해당 회사는 이미 1.5개월의 유급휴가를 부여했고,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를 완료했으며, 이후에도 월급의 50%를 지급하는 상병휴직 6개월과 무급휴직 3개월을 승인하는 등 피해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음.

 

(3) 결론

이번 판결은 성희롱 피해자 보호조치의 핵심이 피해자가 원하는 특정 방식의 무조건적 수용이 아니라 피해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객관적으로 적절한 조치의 시행에 있음을 명확히 했습니다.

근로자가 유급휴가를 신청하더라도 단순히 유급휴가 요청 거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병휴직 등 대체 수단을 제공하고 분리 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확실히 이행했다면 법적 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법원의 시각입니다.